다섯째 인을 떼실 때에
내가 보니
하나님의 말씀과 저희의 가진 증거를 인하여 죽임을 당한 영혼들이
제단 아래 있어
큰 소리로 불러 가로되
거룩하고 참되신 대주재여
땅에 거하는 자들을 심판하여 우리 피를 신원하여 주지 아니하시기를
어느 때까지 하시려나이까 하니
각각 저희에게 흰 두루마기를 주시며 가라사대
아직 잠시 동안 쉬되
저희 동무 종들과 형제들도 자기처럼 죽임을 받아 그 수가 차기까지 하라
하시더라
/ 요한계시록 6:9-11
태양이 사그라들었다. 사방이 어둠이다. 그리고,
바람이 분다.
오감이 뒤틀리고도, 똑똑히 알 수 있다. 사네미츠는 공기가 흐르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. 지고천 연구소. 이곳에 발을 들인 순간부터 각오했다고, 생각했는데. 그 결심은 오만이거나 착각이다. 둘 다일지도 모르지.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. 주교복 위 검은 덩어리가 꿈틀거렸다가 흩어지기를 반복했다. 그의 사인死因을 기록한 문장을 떠올린다.
“미노루 군.”
그것은 가장 반가운 얼굴로, 가장 마주하기 싫은 몰골을 하고 있었다.